다산 정약용의 발칙한 상상1

다산의 경세학, 들어가는 말

다산의 학문체계는 크게 (1) 경학 체계와 (2) 경세학 체계로 나눌 수 있겠다.

그의 경학 체계는 육경사서 (六經四書)를 새롭게 해석하는 것이었고 경세학 체계는 『경세유표』, 『목민심서』, 『흠흠신서』의 일표이서(一表二書)를 중심으로 하는 치국(治國)에 대한 탐구라고 할 수 있다.

부연하여 말하면 다산 정약용은 일표이서의 경세학 탐구를 통하여 치국에 대한 연구를 맹렬하게 전개하였다. 그 중에서 『목민심서』는 바람직한 지방 행정의 세부적 지침서라 할 수 있겠고 『흠흠신서』는 지방 수령들이 형사사건등을 처리함에 있어 필요한 실무 지침서라 할 수 있겠다.

그런 가운데 『경세유표』야말로 국가 사회에 대한 구조적 개조와 제도적 개혁의 큰 그림을 제시한 것으로 다산 경세학의 중추요 핵심이라 하겠다.

즉 다산은 『경세유표』를 통해서 국가 사회의 개혁 방안을 제시하여 ‘묵은 나라를 새롭게 하고자’ 하였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 현상의 전반에 걸쳐 전개된 그의 개혁안은 파탄에 이른 당시의 사회를 개량하여 조선 왕조의 질서를 새롭게 강화시키려는 목적을 가지고 있었다.

정약용은 무슨 자격으로 이런 큰 틀의 국가 개조론을 제기할 수 있었는가? 그는 『경세유표』의 서문에 해당하는 “방례초본인(方禮草本引)”에서 『경세유표』를 찬하는 자신의 소회를 다음과 같이 말한다.

『주역』에 “생각이 그 지위를 벗어나지 않는다.”라고 하였고, 군자가 말씀하기를 “그 지위에 있지 않으면 그 정사를 도모하지 않는다.”라고 하였으니, 지금 죄를 짓고 귀양 온 신하가 어찌 감히 나라의 예를 논의하겠는가.

그러나 지금 나라 형편이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라서 죄인의 몸이지만 스스로 ‘충신(忠臣)’과 ‘지사(志士)’를 자처하는 몸으로써 (목숨이 위태롭다고 해서) ‘수수방관(袖手傍觀)’ 만 하고 있을 수 없기 때문에 마침내 이 작업에 착수코자 하는 것이다.

이렇게 해서 “『경세유표』- 국가 개조론”이라는 발칙한 상상에 몸을 던지기로 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