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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다산 정약용의 발칙한 상상2
작성자 오두범(吳斗凡) [2025-03-23 11:2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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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세유표서, 방례초본인1

 

경세유표에서 그는 어떤 것들을 얘기하고자 하는가? 그 내용은 참으로 방대하고도 광범위하다. 그러나 한강 물을 퍼 담더라도 우선 물 한 바가지부터 시작해야 할 것이다.

 

본격적인 국가 개조론은 본문에서 전개하더라도 그 서문에서 이 연구를 시작하게 된 동기부터 피력하고자 한다. 그래서 경세유표의 집필 동기와 목적을 경세유표의 서문에 해당하는 방례초본인 (邦禮草本引)”에서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여기에서 논한 것은 법()이다. 법인데 예()라고 이름을 붙인 것은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이다. 법이란 백성이 두려워하는 것으로 위협하고, 슬퍼하는 것으로 압박하여 백성들로 하여금 강제로라도 따르게 하는 것이다.

 

여기에 비하여 예란 천리(天理)로 헤아려 보아 합당하고, 인정(人情)에 적용하여 자발성과 순리(順理)를 가지고 백성을 따르게 하는 것이다. 그래서 주()나라의 주공(周公)은 여섯 편의 법을 만들고 이를 주법(周法)이라고 하지 않고 주례(周禮) 라고 하였던 것이다.

 

법은 두려움으로 다스리고 예는 순리로 다스리는 것이라 하여 국가 운영 체제를 촘촘히 정비 하지 않아도 국가가 저절로 다스려진다고 생각하는 것은 잘못이다.

 

중국에서나 우리나라에서나 무능한 벼슬아치들은 논어(論語)위령공(衛靈公)” 편에서 공자가 하셨다는 말씀, “하는 일 없이 다스린 분은 순 임금이실 것이다. 무엇을 하셨겠는가. 몸을 공손히 하고 바르게 남면(南面)을 하였을 뿐이다. [無爲而治者, 其舜也與. 夫何爲哉, 恭己正南面而已矣.]” 라는 말씀을 아전인수적으로 해석한다.

 

그러다가 군주가 매번 무슨 일을 시행하려 하면 으레 요() 임금, () 임금을 끌어다 대며 스스로 중지하게 하니, 중국에서나 우리나라에서나 수 백년 동안 나라가 제대로 된 개혁을 이루지 못하고 썩어 문드러지는상태에 이르게 되었다.

 

요 임금과 순 임금이 팔짱끼고 천하를 다스렸다고? 어불성설이다.

(정약용)가 보기에는 분발하여 공작을 일으켜 천하 사람들을 시끄럽고 수고롭게 일을 하도록 한 것이 바로 요 임금·순 임금이다. 또 내가 보기에는 빈틈없이 치밀하고 매우 엄격하여, 백성들이 털끝 하나만큼도 속임수를 쓰지 못하게 한 것도 바로 요 임금·순 임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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