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목 | 금전정 | |||
작성자 | 관리자 [2021-07-07 15:28:38] | |||
읽음횟수 | 213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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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남도 해남군 송지면 금강리 월강마을 금전정(錦姾亭)
금전정기(錦姾亭記)
금전은 이 세상에 오륙년을 머물다가 저승으로 떠난 나의 윗누이 이름이다. 팔십여년의 세월이 흐르고 이제 그 자리에 돌아와보니 산천은 의구하다는 말도 믿을 수가 없다. 지금 저 앞을 흐르는 물은 조그마한 수로에 지나지 않지만 1928년쯤 내가 어렸을 적에는 바다와 맞닿아 도도한 수량으로 흘렀다. 그 시절 이 곳은 농산물을 실어 나르는 포구였다. 그 때 나는 너댓살이었고 지금도 잊지 못하는 금전 누나는 예닐곱이었다. 끔찍이도 나를 사랑해 주었던 누나는 언제나 나와 같이 놀았고 그날도 함께 여기 뒷강으로 놀러 왔었다. 철부지였던 나는 바닷물에 둥둥 떠다니는 해파리가 한송이 하얀 꽃으로 보였다. 어린 생각에 그 하얀꽃이 욕심이 나서 “누나야 저것 나 갖다 줘” 하고 응석을 부렸다. 누나는 내가 좋아하는 모습을 보려고 아무런 생각없이 가파른 갯벌로 내려가다가 한순간에 갑자기 미끄러져서 치마를 뒤집어 쓴채 푸른 강물에 빠져 하얀 박꽃이 되어 둥둥 떠내려 가버렸다. 어린 나는 누나를 부르며 울부 짖었지만 이미 누나는 저 강물 아래에 싸늘한 주검이 되어 있었다. 나는 그 때부터 지금까지 어느 한 순간도 그렇게 죽어간 누나를 잊어 본적이 없다. 화사한 봄꽃이 만발하면 누나가 그리워지고 철새가 차가운 가을하늘을 날면 누나의 넋이 창공을 울며 가는 듯 했다. 이제 내 나이 팔순을 훨씬 지나서 여기에 다시오니 구산의 강물은 그 자리에 그대로 흐르고 강가의 풀들은 바람에 나부끼고 있는데 누나의 영혼은 어디에서 나를 바라보고 계실까? 아무리 찾아보아도 보이지 않으니 나의 텅빈 가슴에은 슬픔만 쌓인다. 어린 추억들이 가물거리는 지난 세월이 야속하기만 한데 어찌하여 죽은 누나에 대한 기억은 이다지도 또렷할까. 이 세상의 모든 것들은 허무하고 나를 위해 죽어간 누나를 향한 죄의식은 더해만 가니 이를 어떻게 할것인가. 이에 누나를 그리는 마음은 어찌할수 없어 누나가 떠난 강물이 바라보이는 이곳에 예쁜 정자를 지으니 구산천 흐르는 물소리와 고향산천에 부는 바람소리를 들으며, 누나의 영혼이여/ 이 동생의 가슴을 어루만져 주소서. 저기는 누나와 함께 손잡고 마지막으로 걸었던곳 누나는 꽃잎처럼 떨어져 가버리고 구산천에 흐르는 강물은 소리조차 없으니 누나의 넋이라도 있다면 슬퍼하는 나의 마음을 알아나 주실것인가. 이 정자에 쉬어가는 나의 옛 고향 길손들에게 하소연이라도 한다면 이 슬픔 사라질 것인가. 이제 이 정각을 지었으니 나의 슬픔을 서리 서리 감아 두었다가 먼 훗날 누나를 만나면 다시는 헤어지지 말고 누나의 이름이 붙여진 이 정자를 보여주며 그 옛날처럼 정답게 손잡고 남매의 못다한 한을 길이길이 풀리라. 고향 사람들이여! 우리 남매의 애틋한 사연에 잠시 귀 기울여 쉬어 가소서--------. 2008년 7월 일 금전누나를 그리는 동생 오영대 쓰다
금전 누나를 그리며
꽃 필적에 가신님은 잎이 져도 안오시네 눈 감으면 떠오르는 안타까운 그 모습이 어제가 오늘인 듯 이렇게도 밟히는데 월강 마을 오는 길을 어찌 벌써 잊었을까 못 다한 남매의 정 굽이구이 사무쳐서 오늘도 붉은 노을 구산천에 비치는데 한숨인가 눈물인가
홀로 우는 산새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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